다네이 글방

15.(2023.여름.다네이 책읽기) 칠층산.토마스 머튼

angella의 노래 2023. 8. 9. 12:27

600쪽
욥기 9장을 읽다가 간담이 서늘해지고 정신이 아찔 해졌는데 그 구절을 아직까지 잊을 수 없다....“큰 곰자리와 오리온 자리, 묘성과 남녘의 별자리들을 만드신 분”(욥.9,9) 이 글귀는 마음을 깊숙히 뒤흔드는 내용이었으나 나는 그 글귀가 시정(시상을 불러 일으키 듯이 오랜 친근한 마음) 으로만 나를 움직일 뿐이라고 여겼다. 그러면서도 어렴풋이나마 거기에 인격적인 점도 있음을 느꼈다. 하느님은 흔히 성경을 통해 곧바로 우리에게 말씀하신다. 그분은 우리가 성경을 읽을 때 그 구절에 도움의 은총을 가득 심으신다. 그래서 우리가 기도하는 마음으로 성경을 주위 깊게 읽다보면 그때까지 알 수 없었던 뜻이 불시에 마음에 심어진다. 나는 아직 그렇게 읽을 재간은 없었으나 그럼에도 그 성경구절에는 눈에 띄지 않는 불꽃이 있어서 내 마음이 그 불꽃에 타고 그을리는 것을 느끼기 시작 했다.
“그분께서 내 앞을 지나가셔도 나는 보지 못하고 지나치셔도 나는 그분을 알아채지 못하네.“ (욥.911-12)
”내가 의롭다 하여도 내 입이 나를 단죄하고 내가 흠없다 하여도 나를 그릇되다 할 것이네.
” (욥.9,20)

ㅡ하느님의 마음으로 느껴지고 알아져 가는 최초의 단계와 같다.
“그분은 우리가 성경을 읽을 때 그 구절에 도움의 은총을 가득 심으신다.”
한구절의 성경이 떠오르거나 성경을 읽다가도 눈이 가는 귀절이 내가 가장 힘들거나 의문을 가진 것에 답이거나 길, 위로, 책망의 말씀으로 온다는 것을 알아차림은 하느님과 함께 한 시간이다.


603쪽
나는 책을 덮었다. 그 구절이 깊은 충격을 주었다. 그것은 내가 이해 할 수 있는 그 이상의 것이었으나 그 뜻은 짐작건대 일종의 경고임에 틀림없다는 인상을 받았다.
604쪽
지옥에는 일종의 겸손이 있는데 이는 지옥에서 최악의 것 중 하나로서 성인들의 겸손, 곧 평화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 지옥의 거짓 겸손은 저지른 죄악에 대해 피할 수 없이 느껴야 하는 치욕과 수치심이다. ....이러한 자각에서 오는 번민은 자애심이 남아 있는한, 이 지상에서도 불가피한 것이다. 혹독한 수치심을 느끼는 것은 교만이다. 하느님의 사랑으로 영혼안에서 온갖 교만과 자애심이 소진 된 후에라야 우리는 비로서 이러한 질곡에서 구원되어, 과거의 죄악 때문에 고통이나 괴로운 수치를 당하지 않게 된다.
성인들은 자기 죄악이 회상 될 경우, 그 죄악을 기억하지 않고 하느님의 자비를 기억한다. 따라서 과거에 범한 죄악까지 현재 기쁨의 원인으로 변하고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는데 이바지한다.....프란치스코회 회원이 되고 싶다는 ....소망이 있다는 그 자체가 내 마음속 보이지 않는 심연에서 몰아쳐 나온 갑작스런 절망과 대조되어 나를 괴롭혔기 때문에 위안이랄 것도 못되었다.....나는 갑자기 내가 누구이며 누구였던가를 회상했다. 그리고 내가 과거에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문득 생각하게 되었다....그들은 내 과거를 전혀 모른다. 내가 교회에 들어 오기 전에 어떻게 살았는지도 모른다....내가 의심의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기 시작하자, 누구라도 올바른 정신으로는 나를 사제직에 적합한 인물로 여기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뚜렷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607쪽
나는 영성체를 하고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도록 열심히 기도 했다. 그리고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 졌다....에드먼드 신부는 내 말을 신중히 들었다. 나는 그에게 내 과거와 내가 겪었던 모든 두통거리를 털어 놓았다.

ㅡ하느님 앞에 대면하여 솔직한 고백은 구원의 길이다. 수치스러운 비밀을 숨긴 채 겸손한 척, 수도자가 되려는 것에 머튼은 스스로 견딜 수 없는 치욕을 느끼고 프란치스코 회원이 되고 싶은 ‘소망이 있다는 그 자체가 내 마음 속 보이지 않는 심연에서 몰아쳐 나온 갑작스런 절망과 대조되어 나를 괴롭혔기 때문에 위안이랄 것도 못 되었다.’ 머튼은 스스로 자신에 살아 온 날들의 죄과가 알아지기 시작했고 에드워드 신부에게 고백을 하였다.
  내 자신에게 솔직해져야 하는 양심의 문제는 가장 원초적인 곳으로 들어가 나를 봐야 한다. 세상법의 잣대에 만 걸리지 않도록 충실한 시민으로 살았지만 그 내면에 있는 수많은 교만, 이기심, 탐욕....으로 기인한 하느님의 법에는 걸릴 수 밖엔 없다. 그리스도인은 세상법을 넘어서는 하느님 법이라는 더 철저한 그물망 같은 양심을 보고 회개와 변화가 필요하다. 그 이전에 죄를 알아 볼 줄 아는 깨어있는 영적인 눈이 필요하다. 내 자신은 아직도 내 수준의 그룹에서 벗어 날 자신도 없을 뿐더러, 알고도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이 죄가 되는 것을 알면서도...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