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읽기 185

그날이 오면. 심훈

그 날이 오면, 그 날이 오며는 삼각산(三角山)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漢江) 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 날이 이 목숨이 끊기기 전에 와 주기만 할 양이면 나는 밤하늘에 날으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鐘路)의 인경(人磬)을 들이받아 울리오리다. 두개골(頭蓋骨)은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이 남으오리까. 그 날이 와서 오오 그 날이 와서 육조(六曹) 앞 넓은 길을 울며 뛰며 뒹굴어도 그래도 넘치는 기쁨에 가슴이 미어질 듯하거든 드는 칼로 이 몸의 가죽이라도 벗겨서 ..

작가읽기 2025.04.29

토론(2025년3월. 프랑스인문) 어느 시골신부의 일기.조르주 베르나노스

영화로 먼저 본 후에 책읽기를 하였다. 기독교적인 구원이라는 한계를 넘어선 20세기적 실존주의를 선보여 새로운 기독교 문학의 대가로 자리 잡았다.무신론이 지배하는 시대에 회의감과 모멸, 병으로 고통받는 사제의 모습을 내밀하게 묘사하여 한층 완숙해진 예술성을 인정받았다각자가 고통 견디는 방법?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411.사제가 여전히 당도하지 않았기에, 임종 하는 일을 위해 교회가 베푸는 위로를 제 가엾은 친구가 받지 못할 지도 모를 것 같다는 유감을 그에게 알려 주어야 한다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그는 제 말을 제대로 알아들은 것 같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잠시후 그는 자신의 손을 제 손 위에 얹으며 제 귀를 그의 입에 가까이 대라고 분명한 눈신호를 보냈습니다. 그러더니 그는 매우 느리기는 하지..

작가읽기 2025.02.27

(책)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마르셀 푸르스트.4

307.그날 이후 내가 게르망트 쪽으로 산책을 갈 때면 내겐 문학적인 재능이 없다는 사실과, 그 때문에 유명한 작가가 되기를 단념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나는 예전보다 더 가슴이 아팠다.....그런 문학적인 관심에서 완전히 벗어나 아무것에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게 되었을 즈음, 느닷없이 지붕이며 돌 위로 반사되는 햇빛이며 오솔길 향기가 나에게 어떤 특별한 기쁨을 주며 발걸음을 멈추게 했는데, 그것들은 내가 보는 것 너머로 뭔가를 숨기고 나에게 와서 붙잡으라고 초대했지만, 내 노력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낼 수 없었다. 나는 숨겨진 것이 그것들 속에 있다고 생각되어 꼼짝 않고 바라 보며 숨을 들이마시고, 이미지나 향기 저편으로 내 상념과 함께 가려고 애썼다.309.어느 때보다 우리 산책이 길..

작가읽기 2025.02.17

(책)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마르셀 푸르스트.3

263.빗방울은 마치 함께 날아다니는 철새처럼 하늘에서 빽빽이 줄을 지어 내려 온다. 빗방울은 결코 다른 빗방울과 떨어지지 않으며, 빨리 내려올 때도 결코 헤매지 않으며, 저마다 자기 위치를 고수하면서 뒤이어 오는 것을 이끌고 내려 온다....빗방울의 여행이 끝난 후에도 더 약하고 더 느린 비 몇 방울이 또다시 내려왔다....빗방울은 나뭇잎이 마음에 드는지 여전히 잎맥을 따라 계속 놀며 잎 끝에 매달리거나 휴식을 취하거나 하면서 햇빛에 반짝이다가, 갑자기 높은 가지에서 미끄러지며 콧잔등 위로 떨어지곤 했다. ㅡ빛방울에 대한 작가의 표현이다. 사람의 특징, 표현뿐만아니라 자연,꽃이나 철새, 성당과 첨탑등의 묘사가 특히 섬세하였다. 이런 부분이 지루하면서도 글쓰기에 도움되는 교과서와 같다.

작가읽기 2025.02.16

(책)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마르셀 푸르스트.2

ㅡ어쩌면 나는 이 책을 천천히 읽어 가면서 또 하나 나만의 꿈을 꾸는 듯하다. 수천개의 짧은 수필들을 읽어내는 느낌이다.책속에 수많은 글모음들이 소소하고 짧은 일상들의 단편, 물고기의 비늘들이 모여져 있다는 생각이다. 4000쪽의 거대한 한권의 책이지만 조금 더 자세하게 보면 잃어버렸던 기억들이 각권마다 물고기의 대가리와 몸통과 꼬리, 그리고 지느러미처럼, 하나하나에 담겨져 있고 그 부분들 속에 비늘이 반짝반짝이듯, 이야기들이 있다.86-91.침울 했던 하루와 서글픈 내일의 대한 전망으로 마음이 울적해진 나는 마들렌 조각이 녹아든 홍차 한 숟가락을 기계적으로 입술로 가져갔다. 그런데 과자 조각의 섞인 홍차 한 모금이 내 입천장에 닫는 순간, 나는 깜짝 놀라 내 몸속에서 뭔가 특별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

작가읽기 2025.02.15

(책)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마르셀 푸르스트.1

22.이 소용돌이치는 혼란스러운 회상은 아주 짧은 순간만 지속 되었다. 내가 있는 장소에 대한 이런 짧은 순간의 불확실성은, 마치 우리가 영사기를 통해 달리는 말을 보면서도. 말의 연속적인 자세에서 각각의 자세를 분리해 내지 못하듯이, 그 불확실성을 구성하는 여러 다른 가정들을 자주 구별해 내지 못 했다. 그러나 나는 지금까지 살았던 방들을 이것저것 그려 보다가 마침내는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을 뒤잇는 긴 몽상들 속에서 그 방들을 모두 기억해 냈다.........여름에 방들, 그곳은 우리가 더운 밤과 하나가 되기를 좋아하며, 반쯤 열린 덧문에 걸린 달빛이 그 마법의 사다리를 침대 발 밑까지 내던지고, 햇빛이 꼭대기에 걸터앉아 미풍에 산들거리는 박새처럼 거의 밖에서 잠을 자는 방이다.ㅡ다시 아주 천천히 읽기..

작가읽기 2025.02.11

(책) 영혼의 성. 예수의 데레사.9

16.악마는 벙어리 줄(소리없이 쇠를 깎아 내듯이 모르는 사이에 해를 입힌다는 뜻) 과 같다는 것을 처음부터 우리는 알아야 한다고 언젠가 여러분에게 말한 일이 있습니다. ㅡ사악함은 더 부드럽게 상냥하게 소리없이 오지만 그것은 오히려 균형감과 분별력을 잃게 하고....나를 바라 보아라. 나부터 알아가라. 나를 보기가 중요하다.17.악마가 여기서 노리는 바는 결코 작은 일이 아니니, 수녀들 사이에 사랑과 애덕을 식히는 것은 크나큰 손해일 것입니다....참다운 완덕이란 하느님의 사랑 그리고 이웃의 사랑이라는 것을... 이 두가지 계명을 완전히 지킬수록 우리는 그만치 완전한 자가 될 것입니다....각자 모름지기 자신을 살피기로 합시다. ㅡ악마의 유혹은 이간질이고, 미움과 증오를 담고 출발한 것이다. ’ 각자 모..

작가읽기 2025.01.31

(책) 영혼의 성. 예수의 데레사.7

제2장9.....자기를 안다는 것. 이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세상에 사는 동안 겸손만큼 필요한 것이 또 없으니,.... 자아인식 인 이 궁방으로 들어가는 것이 우선 가장 급한 일이니 이것이 바로 제 길이기 때문입니다....우리가 하느님을 알려고 힘쓰지 않으면 절대 자아 인식에 도달할 수 없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높고 높은 당신을 우러러 보노라면 낮고 낮은 우리가 다가 오는 것. 당신의 맑으심을 우러러 보느라면 우리의 더러움이 보이는 것, 당신의 겸손을 익히 생각하노라면 겸손에서 아득히 먼 자신을 우리는 보는 것입니다.ㅡ데레사 성녀는 자기를 안다는 것, 묵상을 무척 강조한다. 자아 인식이란 칼융이 말하는 자기속으로 향하여 알아가는 길이 자아 인식이다. 데레사의 자아 인식속엔 자신의 더러움이나 겸손과는 먼..

작가읽기 2025.01.30

아름다운 나라

저 산자락에긴 노을지면걸음걸음도 살며시달님이 오시네밤 달빛에도참 어여뻐라골목골목 선 담장은달빛을 반기네겨울 눈꽃이오롯이 앉으면그 포근한 흰빛이센 바람도 재우니참 아름다운 많은 꿈이 있는이 땅에 태어나서행복한 내가 아니냐큰 바다 있고푸른 하늘 가진이 땅위에 사는 나는행복한 사람 아니냐강 물빛소리 산 낙엽 소리천지 사방이 고우니즐겁지 않은가바람꽃소리들풀 젖는 소리아픈 청춘도 고우니맘 즐겁지 않은가참 아름다운 많은 꿈이 있는이 땅에 태어나서행복한 내가 아니냐큰 바다 있고푸른 하늘 가진이 땅위에 사는 나는행복한 사람 아니냐큰 추위로 견뎌낸나무의 뿌리가봄 그리운 맘으로 푸르다푸르게 더 푸르게수 만 잎을 피워내한 줄기로 하늘까지 뻗어라참 아름다운 많은 꿈이 있는이 땅에 태어나서행복한 내가 아니냐큰 바다 있고푸른 하..

작가읽기 2025.01.29

(책) 영혼의 성. 예수의 데레사.6

8....그 궁성으로 되돌아 갑시다. 그리고 그것은 팔미토와 같다고 생각하십시오....가장 맛있는 속을 껍데기가 겹겹으로 덮고 있는 것처럼, 여기 이 궁실 둘레도 여러 궁방들이 위 아래로, 옆으로 싸고 있는 것입니다. ...영혼의 구석구석을 궁성 안에 계시는 햇님이 두루 비치고 있는 것입니다....그 궁방이 자아 인식에 방이라 하더라도 말입니다...위든 아래든 옆이든 영혼이 제 마음대로 이 궁실을 드나 들게 버려 줘야 합니다....무릇 자아 인식이란 주께서 당신이 계시는 궁실 안으로 끌어드리신 그러한 영혼에게도 필요한 것입니다. 제 아무리 높이 오른 영혼일지라도 자아 인식을 잊지 못할 것이고 잊으려 해도 그렇게 될 수 없을 것입니다. 자아 인식을 하는 영혼도 그와 같아서 때로는 제 하느님의 위대하심과 엄..

작가읽기 2025.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