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에게 말을 걸다송경희 게으름으로 느지막이 일어난 아침이다. 거실 바닥에는 햇발이 흩뿌려져 있고 그림자도 길게 누워 기지개를 켠다. 아침 햇살에 비친 망사 커튼의 그림자는 그림자라고 부르기에도 어설퍼 보였다. 나태와 느긋한 일상의 중간쯤에 있는 내 모습 같다. 흑백을 뚜렷하게 가르는 그림자와 모호한 그림자에는 차이가 있어 보였다. 다만 언어로 다 말할 수 없으니 침묵이다. 그림자는 누군가에겐 그리움으로 온다. 알 수 없는 것에 대한 막연함이라 해야 할까.나는 그림자에게 말을 걸었다. “어설픈 네 모습 속에서 아버지가 보이네”라고. 아버지는 다정하시고 즐길 줄 아는 유머 감각이 있으셨다. 문득 아버지께서 해주셨던 그림자놀이가 떠올랐다. 아버지는 하얀 벽에 손가락을 이리저리 돌리면서 그림자로 이야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