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2 18

둥지와 새

높다란 아카시아 나무 꼭대기에 둥지 하나가 있다언제 새가 날아들지모를 둥지는 쓸쓸하게 자리를 지킨다어느 새일지는 몰라도 그 자리엔 주인공이 있을텐데...한마리 새가 닐아왔다. 그리고 둥지를 맴돌다가 앉는다아무렇지 않다는듯이 당연한듯이 태연하다. 자기집을 찾아온 것.새는 저멀리 까지 날아서 밈껏 세상구경을 하다가 왔겠지언제나 처럼 제자리에서 새를 기다린 둥지가 있으니-맘껏 편하게 잘 놀다 왔어둥지는 말없이 감싸주고 새는 쉰다여독에 지친 몸을 다스리고 나면 다시 먼곳으로 세상구경을 떠나야겠다고 생각하면서...

글쓰기 2025.02.28

겨울나무의 축제

앙상한 뼈다귀만 드러낸 겨울나무들이 바람에 흔들어댄다바람은 차고 2월인데 아직도 겨울이다저마다의 손짓으로 휘휘 저어대는 놀림이 즐거워 축제처럼 보인다한겨울이 얼마남지 않았지. 곧 봄이 온단말이야. 봄봄봄봄을 기다리는 나뭇가지엔 물이 조금씩 차오르고 아주 작은 망울들이 맺히게 되겠지이리저리 흔들리는 겨울나무야 희망을 가져봐.

글쓰기 2025.02.28

토론(2025년3월. 프랑스인문) 어느 시골신부의 일기.조르주 베르나노스

영화로 먼저 본 후에 책읽기를 하였다. 기독교적인 구원이라는 한계를 넘어선 20세기적 실존주의를 선보여 새로운 기독교 문학의 대가로 자리 잡았다.무신론이 지배하는 시대에 회의감과 모멸, 병으로 고통받는 사제의 모습을 내밀하게 묘사하여 한층 완숙해진 예술성을 인정받았다각자가 고통 견디는 방법?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411.사제가 여전히 당도하지 않았기에, 임종 하는 일을 위해 교회가 베푸는 위로를 제 가엾은 친구가 받지 못할 지도 모를 것 같다는 유감을 그에게 알려 주어야 한다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그는 제 말을 제대로 알아들은 것 같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잠시후 그는 자신의 손을 제 손 위에 얹으며 제 귀를 그의 입에 가까이 대라고 분명한 눈신호를 보냈습니다. 그러더니 그는 매우 느리기는 하지..

작가읽기 2025.02.27

(책)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마르셀 푸르스트.4

307.그날 이후 내가 게르망트 쪽으로 산책을 갈 때면 내겐 문학적인 재능이 없다는 사실과, 그 때문에 유명한 작가가 되기를 단념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나는 예전보다 더 가슴이 아팠다.....그런 문학적인 관심에서 완전히 벗어나 아무것에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게 되었을 즈음, 느닷없이 지붕이며 돌 위로 반사되는 햇빛이며 오솔길 향기가 나에게 어떤 특별한 기쁨을 주며 발걸음을 멈추게 했는데, 그것들은 내가 보는 것 너머로 뭔가를 숨기고 나에게 와서 붙잡으라고 초대했지만, 내 노력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낼 수 없었다. 나는 숨겨진 것이 그것들 속에 있다고 생각되어 꼼짝 않고 바라 보며 숨을 들이마시고, 이미지나 향기 저편으로 내 상념과 함께 가려고 애썼다.309.어느 때보다 우리 산책이 길..

작가읽기 2025.02.17

(책)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마르셀 푸르스트.3

263.빗방울은 마치 함께 날아다니는 철새처럼 하늘에서 빽빽이 줄을 지어 내려 온다. 빗방울은 결코 다른 빗방울과 떨어지지 않으며, 빨리 내려올 때도 결코 헤매지 않으며, 저마다 자기 위치를 고수하면서 뒤이어 오는 것을 이끌고 내려 온다....빗방울의 여행이 끝난 후에도 더 약하고 더 느린 비 몇 방울이 또다시 내려왔다....빗방울은 나뭇잎이 마음에 드는지 여전히 잎맥을 따라 계속 놀며 잎 끝에 매달리거나 휴식을 취하거나 하면서 햇빛에 반짝이다가, 갑자기 높은 가지에서 미끄러지며 콧잔등 위로 떨어지곤 했다. ㅡ빛방울에 대한 작가의 표현이다. 사람의 특징, 표현뿐만아니라 자연,꽃이나 철새, 성당과 첨탑등의 묘사가 특히 섬세하였다. 이런 부분이 지루하면서도 글쓰기에 도움되는 교과서와 같다.

작가읽기 2025.02.16

(책)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마르셀 푸르스트.2

ㅡ어쩌면 나는 이 책을 천천히 읽어 가면서 또 하나 나만의 꿈을 꾸는 듯하다. 수천개의 짧은 수필들을 읽어내는 느낌이다.책속에 수많은 글모음들이 소소하고 짧은 일상들의 단편, 물고기의 비늘들이 모여져 있다는 생각이다. 4000쪽의 거대한 한권의 책이지만 조금 더 자세하게 보면 잃어버렸던 기억들이 각권마다 물고기의 대가리와 몸통과 꼬리, 그리고 지느러미처럼, 하나하나에 담겨져 있고 그 부분들 속에 비늘이 반짝반짝이듯, 이야기들이 있다.86-91.침울 했던 하루와 서글픈 내일의 대한 전망으로 마음이 울적해진 나는 마들렌 조각이 녹아든 홍차 한 숟가락을 기계적으로 입술로 가져갔다. 그런데 과자 조각의 섞인 홍차 한 모금이 내 입천장에 닫는 순간, 나는 깜짝 놀라 내 몸속에서 뭔가 특별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

작가읽기 2025.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