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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원시. 오세영

멀리 있는 것은 아름답다 무지개나 별이나 벼랑에 핀 꽃이나 멀리 있는 것은 손에 닿을 수 없는 까닭에 아름답다 사랑하는 사람아 이별을 서러워 하지마라 내 나이에 이별이란 헤어지는 일이 아니라 단지 멀어지는 일일 뿐이다 네가 보낸 마지막 편지를 읽기 위해서 이제 돋보기가 필요한 나이, 늙는다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을 멀리 보낸다는 것이다 머얼리서 바라다 볼 줄을 안다는 것이다.

작가읽기 2019.08.12

(시) 사랑은 조용히 오는 것.밴더빌트

사랑은 조용히 오는 것 외로운 여름과 거짓꽃이 시들고도 기나긴 세월이 흐를 때 사랑은 천천히 오는 것 얼어붙은 물속으로 파고드는 밤하늘의 총총한 별처럼 지그시 송이송이 내려앉는 눈과도 같이 조용히 천천히 땅속에 뿌리박는 밀 사랑의 열은 더디고 조용한 것 내려왔다가 치솟는 눈처럼 사랑은 살며시 뿌리로 스며드는 것 조용히 씨앗은 싹을 틔운다 달이 커지듯 천천히

작가읽기 2019.08.09

(시) 미라보 다리.기욤 아뽈리네르

미라보 다리아래 세느 강은 흐르고 우리들의 사랑도 흘러 내린다 내마음속에 깊이 간직하리니 기쁨은 언제나 괴로움뒤에 이어짐으로 밤이여 오라. 종아 울려라 세월은 가고 나는 머문다. 손에 손을 맞잡고 얼굴을 마주 바라보며 우리들 팔아래 다리밑으로 영원의 눈길을 보내는 지친 물살이 저렇게 천천히 흘러 내린다 밤이여 오라. 종아 울려라 세월은 가고 나는 머문다.

작가읽기 2019.0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