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읽기 190

5(좋은 시) 오월. 피천득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 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 하얀 손가락에 끼어 있는 비취가락이다 ​ 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 오월은 모란의 달이다 그러나 오월은 무엇보다도 신록의 달이다 ​ 전나무의 바늘잎도 연한 살결같이 보드랍다 ​ 신록을 바라다 보면 내가 살아 있는 사실이 참으로 즐겁다 ​ 내 나이를 세어 무엇하리 나는 오월 속에 있다 연한 녹색은 나날이 번져 가고 있다 어느덧 짙어지고 말 것이다 머문 듯 가는 것이 세월 인 것을 유월이 되면 원숙한 여인 같이 녹음이 우거지리라 ​ 그리고 태양은 정열을 퍼붓기 시작할 것이다 밝고 맑고 순결한 오월은 지금 가고 있다

작가읽기 2024.05.28

3(좋은 시)

나오미 롱 매젯 내가 당신이면 그 식물을 너무 살살 다르지 않겠어요 너무 세심하게 보살피면 해로울지 몰라요 흙을 쉬게 해 주세요 너무 갈아엎지 말고요 물을 주기 전에 충분히 마를 때까지 기다리세요 잎은 스스로 제 방향을 찾기 마련이에요 스스로 햇빛을 찾도록 그냥 두세요 너무 세심하게 챙겨주고 너무 정성으로 보살피면 오히려 잘 자라지 못해요 우리는 사랑하는 것들을 그냥 놓아둘 줄 아는 법을 배워야 해요.

작가읽기 2024.05.20

2(좋은 시)

릴케 그리고 사랑은 어떻게 그대를 찾아왔던가? 빛나는 태양처럼 찾아 왔던가, 아니면 우수수 지는 꽃잎처럼 찾아 왔던가? 아니면 하나의 기도처럼 찾아 왔던가? --- 말해다오 반짝이며 행복이 하늘에서 풀려 나와 날개를 접고 마냥 흔들리며 꽃처럼 피어나는 내 영혼에 커다랗게 걸려 있었더니라. 예이츠 일어나 지금 가리, 이니스프리로 가리. 가지 얽고 진흙 발라 조그만 초가 지어, 아홉 이랑 콩밭 일구어, 꿀벌 치면서 벌들 잉잉 우는 숲에 나 홀로 살리. 거기 평화 깃들어, 고요히 날개 펴고, 귀뚜라미 우는 아침 놀 타고 평화는 오리. 밤중조차 환하고, 낮엔 보라빛 어리는 곳, 저녁에는 방울새 날개 소리 들리는 거기. 일어나 지금 가리, 밤에나 또 낮에나 호수물 찰랑이는 그윽한 소리 듣노니 맨길에서도, 회색 포..

작가읽기 2024.05.20

1(좋은 시) 나누어 주세요

한동안 시와 멀어져 있었다. 시를 나누던 마음이 그립다. 조르주 상드 덤불 속에 가시가 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꽃을 더듬는 내 손 거두지 않는다 덤불 속의 모든 꽃이 아름답진 않겠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꽃의 향기조차 맡을 수 없기에 꽃을 꺾기 위해서 가시에 찔리듯 사랑을 얻기 위해 내 영혼의 상처를 감내한다 상처받기 위해 사랑하는 게 아니라 사랑하기 위해 상처받는 것이므로. 한상경 네가 나의 꽃인 것은 이 세상 다른 꽃보다 아름다워서가 아니다 네가 나의 꽃인 것은 이 세상 다른 꽃보다 향기로워서가 아니다 네가 나의 꽃인 것은 내 가슴 속에 이미 피어있기 때문이다. 성백원 매일 만나는 사이보다 가끔씩 만나는 사람이 좋다 기다린다는 것이 때로 가슴을 무너트리는 절망이지만 돌아올 사람이라면 잠깐씩 사라..

작가읽기 2024.05.19

(작가) 서도호의 역발상

작가 서도호가 미국 워싱턴Dc 한복판에 설치한 도발적인 작품으로 들썩이고 있다. (MMMA-국립아시아 예술 박물관) 스미스 소니언이다. 동상대 위에 위인들을 세우지 않고 역발상으로 동상을 떠받치고 있는 민초 400인이 묘사되 있다. 벌써 명물로 자리잡아져 있다. 떠 받들어져 있는 위정자와 민중 가운데 누가 더 중요한가? 생각케 한다. 서작가의 작품이 공공 예술을 뒤집었다고 워싱턴 포스트지는 표현하고 있다. 이 작품을 보면서 그동안 서도호의 ‘떠있는 한옥’ 이라든가 ‘집속에 집’ 이라는 주제로 고정된 개념의 집이 아닌, 유동적이고 변화하는 공간의 개념을 제시한 그의 작품세계를 보았다면 이번 작품은 참 참신하고 좋다. 미국에 5년동안 전시 된다고 한다. 한발자욱 더 성장한 작가 서도호에 기대가 생겼다.

작가읽기 2024.05.15

(영화)땅에 쓰는 시. 정영선-조경가-

-모두 다 꽃이야- 산에 피어도 꽃이고 들에 피어도 꽃이고 길가에 피어도 꽃이고 모두 다 꽃이야 아무데나 피어도 생긴대로 피어도 이름없이 피어도 모두 다 꽃이야 봄에 피어도 꽃이고 여름에 피어도 꽃이고 몰래 피어도 꽃이고 모두 다 꽃이야 아무데나 피어도 생긴대로 피어도 이름없이 피어도 모두 다 꽃이야 산에 피어도 꽃이고 들에 피어도 꽃이고 길가에 피어도 꽃이고 모두 다 꽃이야 아무데나 피어도 생긴대로 피어도 이름없이 피어도 모두 다 꽃이야 아무데나 피어도 생긴대로 피어도 이름없이 피어도 모두 다 꽃이야 아무데나 피어도 생긴대로 피어도 이름없이 피어도 모두 다 꽃이야. 이 노래가 참 잘 어울리는 직업을 가진 여인이 있다. 정영선 조경가의 이야기를 영화로 보았다. 얼마전 삼청동 국립현대 미술관에서는 지금 8..

작가읽기 2024.05.07

김윤신 조각 추상미술전

-국제 겔러리 ‘눈에 띄는 강렬한 색감과 감각적인 회화 그리고 조각 작품까지 작업하는 눈에 띄는 작가. 그녀는 나무와 빛을 조화롭게 담은 여성 조각가 김윤신 작가였다. 89세의 나이에도 끊임없이 창작에 매진하고 있는 그녀의 열정에 놀라울 뿐이다.’ 그녀의 조각에선 우리나라의 수호의미의 장승에서 기초한 느낌. 그리고 다양한 인간의 얼굴 군상이 보인다. 변화는 아르헨티나의 선인장과 만난 조각으로 합일도 느껴졌다. 한 작가를 이해하려면 그녀의 삶의 일대기를 알을수록 작품의 이해도가 높아지겠지만 한편으론 추상이라는 현대미술이 가지는 장점으론 내가 느껴지는대로 느끼는 순수함도 괜찮다는 생각. 작품 앞에 서서 작품과 내가 교감하는 그 시간이 좋다. 그녀의 열정과 삶이 묻어난 인생의 모든 것.

작가읽기 2024.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