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너무 덥다....환자가 아닐 때도 늘 여름 나기가 힘들었다. 대기안에 빈틈없이 밀집한 생명의 에너지들, 맹목적인 생육과 생장의 열기를 나는 어쩐지 감당하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여름이면 늘 한장소를 그리워 하면서 찾아 다녔다. 그곳은 바람이 통하는 서늘한 곳이다.
그러고 보면 그건 뫼르소의 취향이기도 하다. 그도 하늘 한가운데 붙박여서 맹목적으로 달아오르기만 하는 태양. 바다의 파도 마저도 납물처럼 끓어 오르게 만드는 그 눈먼 태양의 열기를 견디지 못한다. 그래서 그가 사랑하는 한 장소, 해변 저 끝에 있는 샘물이 흐르고 바람이 지나가는 서늘한 곳을 찾아간다. 하지만 그 앞을 아랍남자가 막아서고 마침내 햇빛 한조각처럼 칼날의 빛이 눈을 찔렀을 때 그는 자신도 모르게 권총의 방아쇠를 당긴다.그리고 그는 있는 줄도 몰랐던 낯선 세계로 이방인이 되어 끌려 들어간다. 이 뜨거운 여름. 나도 바람이 지나가는 서늘한 곳이 간정히 그립다. 하지만 병이 아랍사람처럼 그곳을 가로막고 있다. 그러나 나는 뫼르소처럼 방아쇠를 당길 필요가 없다. 언젠가 나는 이 아랍사람을 통과할 것이고 이방인처럼 어느 낯선세상으로 들어서게 될 것이다. 그곳은 어디일까. 거기 또한 바람이 지나가는 서늘한 곳일까. 그러면 얼마나 좋을까.
ㅡ나에게 실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합리적 답을 준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대목이 나온다. 여름의 생명력의 열기가 감당할 수 없어도 어딘가는 ‘바람이 통하는 서늘한 곳’ 이다. 뫼르소가 찾아갔던 그 오아시스 같은 장소에서 그는 생각지도 못했던 상황에 이르고 살인, 감옥, 재판, 사형선고를 받는다. 인생을 살다보면 우연찮게 오는 황당한 사건에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한 부조리한 것엔 반항이 일수가 있다. 이때의 반항조차도 긍정으로 할 때,모든 억울함일지라도. 받아들일수밖에 없다는 순종이 있는 삶은 이 곳이다. 그리고 ’ 그 곳이 어디일까? 거기 또한 바람이 지나가는 서늘한 곳일까? 그러면 얼마나 좋을까?‘ 작가의 작은 바램이 사막안에 샘물 같이 시원한 한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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