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네이 글방

7.(2023.여름.다네이 책읽기) 칠층산. 토마스 머튼

angella의 노래 2023. 7. 20. 14:52

...나는 벌써 몸이 병든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내가 해오던 모든 일을 계속했다. ...어느날,...경기가 끝나자 나는 곧장 쓰러져 땅바닥에 누운 채 위장이 뱃속에서 뒤집히길 기다렸다. ...괴로움을 감추고 싶지 않았다. 겨우 일어나 그 자리를 떠난 후로는 선수 탈의실에
다시는 가지 않았다. ....즐거운 데이트 약속이 있었다....갑자기 머리가 어질 어질하기 시작했다. 토할 염려는 없었으나 내 안에서 평형의 중심이 없어져 끝없는 공허의 심연으로 빠져 들어 가는 듯한 기분이었다....나는 겁이 덜컥 났다...의사는...내가 지나치게 흥분한 탓이라고 했다...나는 침대에 누운 채 머릿속에서 쉴 새없이 들려오는 고동소리를 듣고 있었다....
저 창문! 거대한 창문! 곧바로 마루까지 내려 앉을 것 같았다. 중력의 힘이 나를 침대 째 들어 심연의 가장 자리로 끌고 가서 허공속으로 거꾸로 내동댕이 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머릿속 어딘가 멀리서 작고 메마른 조롱하는 소리가 들렸다. “자, 저 창문 밖으로 투신 할 생각은 없나?”...내가 왜 이렇게 됬을까? 결국 그 원인을 알아내지 못했다. 일종의 신경쇠약이었다고 생각된다.

ㅡ지금 나에겐 독한 말이라도 진심으로 진실 된 충고가 그립다. 나이가 들수록 그런 류의 충고가 없다. 나혼자 생각하고 깨닫고 반성하고 새로운 깨달음으로 내가 성장해져야 한다. 그 안에는 반드시 주님께서 함께 하셔야 한다.
언제부턴가 나의 갈망도 시들해져 있고, 그만큼 기도가 진정성과 절실함도 부족하다. 주님은 존재자로 늘 함께 하시니 좋으신 분이다. 그이상의 영성적 기쁨도 체험도 없다. 그냥 사는 시간이다. 한 때 너무나 절실했던 만큼 주님을 느낀 적이 있었는데... 지금은 주님 앞에 한 없이 작아져 있다.
  몸에 이상이 올 때는 어떤 예고로 받아들이는 감지 능력도 있어야 겠다. 고통이 나에게 악이 아니라 선한 분의 예고로 받아들여야 겠다. 지금 그 고통의 광야에 몸과 마음이 들어가 있다.

349쪽
이제 내 인생은 이전에 결코 알지 못하던 공포에 의해 지배되고 있었다. 그것은 정말 전혀 새로운 것이 었던가? 아니다. 두려움은 교만과 색욕과는 불가불이다. 이 욕정들은 일시적으로 두려움을 뒤로 숨겨 둘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들은 동전의 양면일 뿐이다. 동전이 뒤집혀서 나는 그 뒷면을 보게 된 것뿐이었다....
무슨 행동에나 뒤따라오는 이상한 염려,이 자의식적 주의는 몹시도 창피스러운 것이었다. 이 창피는 내가 깨달은 것 이상으로 당연한 응보였고 내가 이해한 것 이상으로 정의로운 갚음이었다....나는 마침내 현대세계의 노예가 되었다. 부질없는 걱정에 완전히 사로잡혀, 내게 유익을 주는 진정으로 중요한 것을 심려하거나 이해할 수 조차 없게 된 것이다....자신을 채운답시고 한 일이 자신을 텅비게 했으니 사물을 움켜 잡는다는 것이 만사를 잃는 꼴이었다. 쾌락과 향락에 탐닉함으로써 실의와 번민과 공포만을 얻었다...나는 외적으로 크게 성공했다. ...그런데 가장 놀라운 것은 아무도 이러한 수치스런 허영에 대해 나를 공개적으로 비난하거나 조롱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심지어 말한마디 해주는 이가 없었다....그러나 내 힘만으로는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번민 앞에 나는 재빨리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바로 이 낭패가 나를 구원하는 기회가 되었다.

ㅡ인생의 전환시기다. 누구나 다 느끼는 것은 아닐 수 있어도 사람에 따라서 느껴지는 강도가 다르다. 이러한 경험?을 받아들임 또한 다 다르겠지만. 세상적인 이룸이 오히려 마음이 텅빈 공허를 알게 해주었다. 껍질일 뿐이란 것을. 나는 납짝 엎드릴 것만 남아 있다는 사실... 다 내어 맡기자. 주님께서 준비하신대로
따르자. ㅠ  
여기까지가 새로운 방향으로 인도하시는 분의 방식일까?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