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네이 글방

(2023년12월 다네이 글쓰기) 친구같이 친근한 화가, 장욱진

angella의 노래 2023. 11. 21. 13:39

  ‘보물이 가득한 동굴속에 들어가면 첫 기분이 어떨까?’ 보물 동굴을 탐험하듯이... 인디아니존스 였던가? 영화에서 본 듯한 장면이지만 단 한번도 내 자신이 보물 동굴 앞에 서있는 상상을 해본 적은 없었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전시하고 있는 장욱진 화가의 회고전을 보면서 떠오른 생각이다. 어둑한 조명의 전시장은 신비한 동굴속으로 나를 이끄는 듯 하였다. 그의 그림 작품 하나 하나가 보물들이 쌓여진 동굴속을 연상하게 했다. 금은보화 장신구들처럼 빛나지는 않지만 침착한 그림색채며 쓱 그은 듯한 필체 느낌의 그림들, 다정한 가족. 동심속의 자연 풍경이 서서히 나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무언의 힘이 느껴졌다. 그림을 감상하는 이들에게서 진지함과 고요심이 흐른다. 장욱진의 불교세계와도 맞닿아 있었다. 우아한 노년의 부인들이 동창모임처럼 삼삼오오 감상하는 모습도 보기 좋다. 미묘한 감정이 소리없이 요동치면서 북받쳐 올랐다. 다시 그림을 그리고 싶은 마음으로 심장이 두근거린다.

  1917년에 태어나 1990년 12월 27일에 돌아가신 분이지만 그의 그림을 보다보면 정감이 가면서 친구같이 친근하고 편안하다. 오래전부터 장욱진의 그림을 좋아하였고 그의 작품이 전시된 공간, 양주시립 미술관은 나의 그림속의 모티브(예술 작품에서, 창작 동기가 되는 중심 제재나 생각)가 되기도 했었다. 화가, 수필가, 도예가, 판화가, 조각가로 재능도 다양하다. 그의 수많은 작품을 보면서 참 부지런하고 손놀림도 빨랐겠다 라는 생각도 들었다. 일본 도쿄 데이코쿠 미술학교 졸업후에 서울대학교에서 강의도 하고 화가로서 충실하며 가족에 대한 사랑이 물씬 풍겨져 나오는 그림에선 선한 그의 인상이 그려진다.
  ‘장욱진 회고전’에는 유화, 매직펜 그림, 도자기 그림 등 작품 270여 점과 아카이브( 소장품이나 자료 등을 디지털화하여 한데 모아서 관리할 뿐만 아니라 그것들을 손쉽게 검색할 수 있도록 모아 둔 파일) 100여 점이 선보인다. <독> <까치><집>등의 유명 작품 다수가 모여져 있었다. 주변의 친근한 소재들을 대담하지만 단순하고 자유롭게 그렸으며 후에는 동양화 화풍이 더해지면서 서정적인 작가만의 철학을 담아내고 있다.

  장욱진의 그림 가득한 보물 동굴? 전시장은 그 어느 보물을 가졌을 때보다 볼 수 있다는 것에 감사가 올라와 있다. 내가 소유욕을 버린지는 오래지만 여기 보물 밭 앞에 서있다. 순수한 그림속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이 몰려 왔다. 아이디어가 샘솟게 한다. 그의 작품을 공부하면서 더 알아가다 보면 그림창작에 많은 정서적 영향을 주는 친구가 되어 있겠지. 전시장을 걸으며 하나 하나의 보물을 보는 즐거움도 있지만 새로운 생각이 자꾸 떠오른다. 장욱진처럼 아주 작은 캔버스에 매일 일기 쓰듯이 한점씩 그려보는 습관 가지기다. 쉽지 않은 실천이겠지만 상상하는 것 만으로도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