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5-1926
체코 프라하 태생
여인에게 꺾어 준 장미 가시에 찔려 죽은 시인으로도 유명하다. 독일 현대시를 완성한 시인.
깊은 고독을 전제로 한 인간성에 대한 끝없는 탐구는 삶과 죽음의 합일에 대한 그의 희구와 더불어 그의 문학의 큰 테마를 형성한다.
프란츠 크사버 카푸스 라는 시인에 도전하는 젊은이와 나눈 10통의 편지다.
릴케는 카푸스에게 ‘사방이 벽으로 둘러싸여 당신의 귀에 세상으로부터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 감방에 당신이 갖혀 있다고 할지라도 당신은 당신의 어린시절을, 왕이나 가질 수 있는 소중한 재산을, 그 기억의 보물창고를 갖고 있지 않습니까? 그곳으로 당신의 관심을 돌리십시오. 까마득히 머나먼 옛날의 가라앉아버린 감동들을 건져 올리려고 애써 보십시오. 그러면 당신의 개성은 더욱 확고해 질것이고 당신의 고독은 더욱 넓어질 것이며 당신의 고독은 세상 사람들의 목소리가 멀리 비껴가는 어둠에 잠기기 시작한 집과 같이 될 것입니다. ...내면으로의 전향으로부터 자신의 고유한 세계로의 이같은 침잠으로 부터 시가 흘러 나오게 되면 굳이 다른 사람들에게 그 시가 좋은 시인지 아닌지를 묻는 일은 생기지 않게 될 것 입니다. ...왜냐하면 당신은 그 시작품들에서 당신의 사랑스럽고 자연스런 재산을, 그리고 당신의 삶의 한 조각과 당신의 삶의 한 목소리를 보게 될테니까요....창조자는 자체가 하나의 세계가 되어야 하며 모든 것을 자신의 내면에서 그리고 자신과 한 몸이 된 자연에서 구해야 하니까....‘
<고독>
-라이너 마리아 릴케-
고독은 비와 같다.
저녁 때에 바다에서 올라와
먼 평야에서
언제나 고독한 하늘로 올라간다.
그리하여 비로소 도시 위에 떨어진다.
박명의 시각에 비는 내린다.
모든 거리가 아침으로 향할 때
아무것도 찾지 못한 육체와 육체가
실망하고 슬프게 헤어져 갈 때,
그리고 시새우는 사람이 함께
하나의 침상에서 잠자야 할 때.
그때. 강물과 함께 고독은 흐른다......
*박명-해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 얼마 동안 주위가 희미하게 밝은 상태
ㅡ2-30대의 청년이 이 편지를 받고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 가장 솔직한 언어로 이 청년은 릴케의 냉정한 충고와 더불어 자신이 깨닫고 알아간 진지한 인생의 받아들임들 ‘...고독은...어둠에 잠긴 집과 같이 될 것’ 이라 고요속에 안심 되어지는 편안한 공간처럼 비유해서 말한다. 아주 좋은 스승과의 만남으로 비록 10번의 주고받은 편지이지만 한 청년이 자신의 인생을 관조하는 힘이 되었을 것이다. 인생에서 걸림돌에 걸려 넘어지려는 순간에 곁에 있음으로 도움을 주는 구원자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가을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주여, 때가 되었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당신의 그림자를
해시계 위에 드리우시고
들판에는 바람을 풀어 놓아 주소서
마지막 열매들을 영글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의 따뜻한 날을
베푸시어
열매들이 온전히 머무르게 하시고
진한 포도주에 마지막 단맛이
스미게 해 주소서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홀로 있는 사람은 오래도록 그럴 것이며
깨어서 책을 읽고 긴 편지를 쓸 것이고
낙엽이 떨어져 뒹굴면
불안스레 가로수 길을 이리저리
헤맬 것입니다
<인생>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인생이란 꼭 이해해야 할 필요는 없는 것,
그냥 내버려두면 축제가 될 터이니.
길을 걸어가는 아이가
바람이 불 때마다 날려오는
꽃잎들의 선물을 받아들이듯이
하루하루가 네게 그렇게 되도록 하라.
꽃잎들을 모아 간직해두는 일 따위에
아이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제 머리카락 속으로 기꺼이 날아 들어온
꽃잎들을 아이는 살며시 떼어내고,
사랑스런 젊은 시절을 향해
더욱 새로운 꽃잎을 달라 두 손을 내민다.
ㅡ인생을 ’바람이 불 때마다 날려오는 꽃잎들의 선물을 받아들이듯이 하루하루가 네게 그렇게 되도록 하라.’
바람은 계획이나 준비도 없고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갈지도 모른다. 하찮은 꽃잎마저도 선물이 되는 고운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이라 한다. 인생이 평안하다.
'작가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 사랑의 기술.에릭프롬. 이해하기 (0) | 2023.09.17 |
---|---|
스튜디오에 오다 (0) | 2023.09.15 |
(2023년) 키아프전에 오다.4 (0) | 2023.09.10 |
(2023년) 키아프전에 오다.3 (0) | 2023.09.10 |
(2023년) 키아프전에 오다.2 (0) | 2023.09.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