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마르셀 푸르스트.2
ㅡ어쩌면 나는 이 책을 천천히 읽어 가면서 또 하나 나만의 꿈을 꾸는 듯하다. 수천개의 짧은 수필들을 읽어내는 느낌이다.
책속에 수많은 글모음들이 소소하고 짧은 일상들의 단편, 물고기의 비늘들이 모여져 있다는 생각이다. 4000쪽의 거대한 한권의 책이지만 조금 더 자세하게 보면 잃어버렸던 기억들이 각권마다 물고기의 대가리와 몸통과 꼬리, 그리고 지느러미처럼, 하나하나에 담겨져 있고 그 부분들 속에 비늘이 반짝반짝이듯, 이야기들이 있다.
86-91.
침울 했던 하루와 서글픈 내일의 대한 전망으로 마음이 울적해진 나는 마들렌 조각이 녹아든 홍차 한 숟가락을 기계적으로 입술로 가져갔다. 그런데 과자 조각의 섞인 홍차 한 모금이 내 입천장에 닫는 순간, 나는 깜짝 놀라 내 몸속에서 뭔가 특별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어떤 감미로운 기쁨이 나를 사로잡으며 고립시켰다......내가 찾는 진실은 차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내 안에 있는 것이 분명하다. 차가 내 속에 있는 진실을 일깨웠지만, 그 진실이 무엇인지는 알지 못한 채 점점 힘이 빠져 가면서 무한히 같은 증언만을 되풀이 할 뿐이지만, 내가 지금은 이 증언을 해석할 줄 모르나 나중에 결정적 해석을 위해 내가 요구하면 마음대로 처분 할 수 있도록 적어도 온전한 상태로 되찾을 수 있기를 바랐다. 나는 찻잔을 내려놓고 정신쪽으로 향한다. 정신이 진실을 발견 해야 한다....정신이라는 탐색자는 자기 지식이 아무 소용 없는 어두운 고장에서 찾아야만 한다. 찾는다고? 그뿐만이 아니다. 창조해야 한다. 정신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 어떤 것. 오로지 정신만이 실현할 수 있고 그리하여 자신의 빛속으로 들어오게 할 수 있는 그 어떤 것과 마주하고 있다....두번째로 나는 정신 앞에서 모든 것을 비우고 아직도 생생한 그 첫번째 모금의 맛을 정신 앞에 내민다....마치 깊은 심연에 닻을 내린 그 어떤 것이 올라오는 것 같다....그것이 통과 하는 거대한 공간에 울림이 들려 온다....그러다 갑자기 추억이 떠올랐다. 그 맛은 내가 콩브레에서 일요일 아침마다 레오니 아주머니 방으로 아침 인사를 하러 갈 때면, 아주머니가 곧잘 홍차나 보리수 차에 적셔서 주던 마들렌 과자 조각의 맛이었다....그것이 레오니 아주머니가 주던 보리수차에 적신 마들렌조각의 맛이라는 것을 깨달자마자, 아주머니의 방이 있던 길 쪽으로 난 오래된 회색 집이 무대장치처럼 다가와서는 우리 부모님을 위해 뒤쪽에 지은 정원 쪽 작은 별채로 이어졌다....그들의 작은 집들과 성당이, 온 콩브레와 근방이, 마을과 정원이, 이 모든 것이 형태와 견고함을 갗추며 내 찻잔에서 솟아 나왔다.
ㅡ잃어버린 시간이 떠오르는 순간을 묘사하고 있다. 마들렌과 홍차...에서 맛과 향기... 과거를 불러내면서 사물속의 영혼이 마법에서 풀리듯이 살아나는 듯하다. 의식을 일깨우면서 그 시간속으로 깊숙이 들어간다.
되찾은 시간은 어떨까?
결국엔 예술로서 승화되어질 때 잃어버린 시간이 되찾은 시간으로 남겨진다. 영원하게... 그 예술이 마르셀 푸르스트에겐 이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