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마르셀 푸르스트.1
22.
이 소용돌이치는 혼란스러운 회상은 아주 짧은 순간만 지속 되었다. 내가 있는 장소에 대한 이런 짧은 순간의 불확실성은, 마치 우리가 영사기를 통해 달리는 말을 보면서도. 말의 연속적인 자세에서 각각의 자세를 분리해 내지 못하듯이, 그 불확실성을 구성하는 여러 다른 가정들을 자주 구별해 내지 못 했다. 그러나 나는 지금까지 살았던 방들을 이것저것 그려 보다가 마침내는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을 뒤잇는 긴 몽상들 속에서 그 방들을 모두 기억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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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방들, 그곳은 우리가 더운 밤과 하나가 되기를 좋아하며, 반쯤 열린 덧문에 걸린 달빛이 그 마법의 사다리를 침대 발 밑까지 내던지고, 햇빛이 꼭대기에 걸터앉아 미풍에 산들거리는 박새처럼 거의 밖에서 잠을 자는 방이다.
ㅡ다시 아주 천천히 읽기로 했다. 1권부터 시작해서 내 평생에 13권을 읽을지? 못할지? 궁금해졌다. 자신이 살아 온 집안, 특히 방풍경 묘사이다. 잠자리에서 잠이 안오는 까닭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이런저런 사소한 생각들 속에 빠지면 그 깊이와 관계가 있다. 우물속 같은 공간이다. 한없이 깊게 빠져 들다보면 그 깊이는 갸늠조차 할 수없이 깊어져 가면서 상상의 날개마저 달고 있다....
작가의 글들은 한줄씩 읽어가면서 상상을 하다보면 줄거리를 읽힘보다는 풍요로운 내 상상력이 더해져서 어느 새로운 장소에 있는 호기심이 생겨나진다. 함께 새로운 창작도 일어날 수 있어 즐겁다. 조급하게 읽기보다는 백과사전이나 성경을 읽듯이 이번엔 시간의 구애없이 읽으려 한다. 조급한 마음 습관을 고치는데 적격하다. 조급함이 올라오면 다시 앞으오 가서 여린 주황색연필로 선을 긋고, 더 관심이 간 문장엔 연필로 한번 더 긋고...
오랫동안 성경책을 음미한 보람이랄까? 이런류의 책이 있다니~~~흥미가 올라간다. 다행히 이번엔 책을 민음사로 시작했더니, 좀더 잘 읽힌다. 까닭을 보니, 책을 만드는 방식도 중요하였다. 여백있게 처리해서 작가가 숨막히게 한 문장을 숨쉴 공간, 글자 배열로 바꾸었다. 기막힌 착상. 내지는 요즘의 책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