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11월 다네이책읽기) 허송세월.김훈
‘연민’ 에 대해서 생각하면서 책을 읽었다. 책이 주는 신선함이나 희열 없이 담담하게 풀어 쓴 이 책은 재미 없었다. 그래서 요즘 내 관심사인 ‘연민’ 을 주제로 책을 읽었다. 세상도 나도 모두가 다 안타깝고 고통 가득한 빠른 세상에서 연민이 우선으로 필요하다는 것. 한강의 소설이 연민의 마음으로 읽어야 알아듣게 되고 마음안에서 나오는 나눔이나 사랑... 이 된다.
34-39.
나는 이제 여든에 가까워 졌다....사람은 죽고 없는데 미움의 허깨비가 살아서 돌아다니니 헛되고 헛되다....늙음은 병듬을 포함하는 종합적 생명현상이다...나이를 먹으니까
삶과 죽음의 경계가 흐려져서 시간에 백내장이 낀 것처럼 사는 것도 뿌옇고 죽는 것도 뿌옇다...단어들도 멀어져 간다. 단어들은 쭉정이가 되어 바람에 불려간다...나는 이 가난을 슬퍼하지 않는다.가난하게 살면 되는 것이다.
43.
....나는 오후에 두어시간쯤 햇빛을 쪼이면서 늘그막의 세월을 보낸다...혀가 빠지게 일했던 세월도 돌이켜보면 헛되어 보이는데 햇볕을 쪼이면서 허송세월 할때 내 몸과 마음은 빛과 볕으로 가득찬다.나는 허송세월로 바쁘다.
48.
....허송세월하는 저녁에 노을을 들여다보면 나는 시간의 질감을 내 살아있는 육신의 관능으로 느깔 수 있고 한개의 미립자처럼 또는 한둘기 파장처럼 시간의 흐름위에 떠서 흘러가는 내 생명을 느낄 수 있다.
ㅡ작가는 ‘말년’이나 ‘허송세월’ 이라는 글 속에 나, 자신에 대한 연민이 녹아져 있다. 나자신에게도 나도 그렇게 하고 있었다. 나에게 내몸과 마음을 헤아리고 잘해주고 아끼고 사랑하는 것, 연민이다.
187-188
’구멍‘에서도 ....나는 이 어두운 구멍을 들여다 볼 때마다 인간의 생로병사와 밥벌이하고 싸우고 사랑하고 미워라고 지지고 볶는 일상속에서 자리잡은 영성을 느낀다.
193
....나는 이 구멍의 안쪽에서 새로운 시간의 싹들이 발아되 있음을 느낀다.
ㅡ가야토기의 구멍은 여유이고 숨구멍이고 자유이고, 인간적인 연민이 생겨날 때 세상에 희망인 새싹이 발아가 된다.
201-203.
’몸들의 평등‘에서... 인간의 몸은 평둥하다고 심장은 말하고 있다....어제 서울과 평택에서 노동자 두명이 고층건물 공사장에서 떨어져 죽고 깔려 죽었다....
ㅡ우리가 할 수 있는 시작은 연민하는 마음으로 부터 문제들을 바라보고 풀어야 한다.
239.
’안중근의 침묵‘에서도
ㅡ 마지막 문장, ’안중근의 침묵의 내용은 하느님이 아신다.‘ 는 말로 끝내고 있다. 우리를 가장 사랑하시고 연민하시는 하느님 마음이다.
288.
‘말하기의 어려움, 듣기의 괴로움’ 에서도
ㅡ소통이 안되는 언어, 세상도 정치도 부부사이도... 여기서 난 한강의 <희랍어의 시간>을 읽어가면서 소통부제를 연민으로 풀어냈다.
‘우리 사이에 칼이 있었네.’ 대화 단절에 대한 이야기다.
말들로 상처받는 것들로 인하여 혐오를 느낀다.
여자는 새 언어(불어)를 다시 배우면서 치유가 되어 첫 언어 배울 때를 기억하면서 순수함으로 다가 오다.
살아오면서 언어는 상처를 주고 나를 공격한다. 하지만
희랍어는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죽은 언어, 화석같은 언어로 상처도 주고 받을 수 없고 영향도 주고 안받는다. 위화감이 없다. 언어에서 찾는 모순들 ... 꼭 필요한 존재이고 사랑도 슬픔도 감정도 표현하고 대화도 하지만 관계속에서의 결핍을 느끼게 되는 대화의 단절.
희랍식 논증 철학 ㅡ언어는 소통의 도구다. 인간은 서로 소통할 수 없는 존재다. 고로 언어는 성립 불가능하다.
대화의 소통불가, 감정의 거리감... 언어는 통로가 아닌 오히려 더욱 더 단절을 가져다 주는 존재다.
외로움, 고통의 반증이 여자가 말을 잃은 것으로 표현했다.
남편과 소통의 부재를 느끼고 40여년을 살고 있다. 같은 언어를 쓰는데 외계어를 쓰는 것 마냥 대화가 안된다. 사랑의 언어로 소통되어야 할 부부사이에 왜 그럴까? 서로 이해하는 것과는 다르다. 이해할 수가 없는 서로 다른 생각 차이다. 언제부턴가 대화가 아닌 말만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외롭고 슬프고 공허한 거였다. 이 문제를 풀 수가 있을까? 책에서 여자 주인공은 언어의 단절로 언어를 증오한다는 표현이 있다. 그래서 말을 못하게 된 것이리라. 말을 잃은 것이 자신의 방어기재였다. 상처로부터 보호하고 싶은 것....
사랑을 하여도 인간은 본래 소통할 수 없는 존재다. 서로생각과 감정을 알 수 없고 공유할 수도 없다. (언어는 피상의 수단일 뿐) ...‘남자는 모른다. 입술들이 영원히 어긋난다.’ 하더래도 소통을 위해 노력 해야 하는 것.
살 날이 살은 날보다 많지 않다. 이젠 외로움도 고독으로 승화해 가면서 서로 ’연민‘ 으로 살아가고 있다. 연민의 마음은 사랑, 그 이상의 힘을 지니고 있다. 서로가 바라보는 눈빛에 측은지심은 우리사이에 진한 끈들이 엵어져 있다. 풀 수가 없이 40여년의 세월로 꼬여도 있고 헝클어져 있지만 끊어내지 않고 풀려고 하지도 않고 새로운 우리의 창작품, 추상화처럼 아름답게 살아 낸 것으로 바라보려고 한다. 제목은 <연민>이다.
나는 바오로 사도의 그리스도파라는 성경귀절을 좋아한다. ’공정과 정의, 사랑과 연민‘ 이다.
아담과 하느님과 소통부재...
하느님과 카인과의 소통부재..
모든 것을 연민으로 풀지 않는다면 이해할 수도 없고, 함께 살아 갈 수도 없고, 풀 수는 더욱 어렵다.
293.
’국민‘ 이라는 한국어의 가장 불쌍한 피해자는 국민입니다. 여러당파 집단과 이익집단의 언설들이 ’이것은 국민이 판단할 문제다.‘ ‘당신들은 국민적 저항에 부딪칠 것이다.’ ‘우리는 국민과 더불어 싸우겠다.’‘우리는 국민의 뜻에 따른다.’...이 언설은 매우 민주적인 겉모습을 갖추고 있지만 이 국민이 누구인지는 알 수가 없습나다.
ㅡ국민이라는 말로 각자의 정치색을 악용하는 소통부재.
어느 편도 아닐 때 이성적일 수 있고 정치인도 국민을 함부로 못한다. 자신들에게 휘둘려질 때 ’국민‘이라는 단어로 함부로 대한다. 이것은 결코 연민이 아닌 무관심보다 더한 정치적 범죄다. 그리스도파가 되어 공정과 정의, 사랑과 연민으로 공동체의 소통부재를 풀어가길 희망한다.
328.
’인생의 냄새‘ 에서 육조 ‘혜능’은 인간의 내면에서 풍겨나오는 향기로운 냄새를 말했다.
마음 속에 그릇됨이 없고 질투와 성냄이 없고...악을 짓지 않고. ..외롭고 가난한 사람을 불쌍히 여기고, 참성품에 변함이 없는 것. 이러한 향기는 각자의 안에서 풍기는 것이니, 결코 밖을 향해 구하지 마라.
ㅡ이것이 연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