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24년5월 다네이 책읽기)김언호의 서재탐험.
ㅡ장석주 시인 ㅡ
142쪽
....제가 읽은 책들이 곧 내 우주였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제 안에 다정함이나 너그러움, 취향의 깨끗함, 투명한 미적 감수성, 올곧은 일에 늠름할 수 있는 용기가 손톱만큼이라도 있다면 그것은 모두 책에서 얻은 것입니다.
ㅡ내 스스로 재미에 빠져 진 책읽기의 시작은 어쩌면 성경을 읽고 난 후이다. 라고 말해도 틀리진 않다. 학창시절에 책읽기의 재미는 의도적으로 멀리한 경향도 있다. 장편의 책에 맛이 들리면 몇날이고 밤낮을 새워 읽어내야 직성이 풀리니, 처음부터 시도를 안하는 습관을 드렸다. 그것이 짧은 시읽기 매력에 빠졌고 음미하고 뜻을 찾는 묘미를 알았다. 이 습관이 후에 성경묵상을 하는데 적용이 되었고 지금도 그 느낌을 놓치게 될까? 염려가 있다. 50대 중반에 책읽기는 내 인생 후반의 최고 선물이다. 책을 읽음으로 인생에 윤활유를 친 새로운 시작이었으니까. 삶의 방향을 잡아 준 책읽기와 글쓰기다.
143쪽
인생은 책을 얼마나 읽었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저는 늘 책을 삽니다. 책을 사들일 때 책을 읽을 시간도 함께 사는 것입니다. 책을 읽고 싶다면 서점에 나가 책을 사십시오. 그래야 비로서 책을 읽을 시간도 얻습니다. 인생은 책을 얼마나 읽었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ㅡ내가 책을 읽지 않았어도 세월은 가고 이 나이에는 와 있었을텐데...생각만으로도 섬찟하다.책을 사고 읽을 시간도 함께 산다. 는 이 대목이 참 좋다.
<대추 한 알>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낱
<햇빛사냥>
애인은 겨울들판을 헤매이고
지쳐서 바다보다 깊은 잠을 허락했다
어두운 삼십 주야를 폭설이 내리고
하늘은 비극적으로 기울어졌다
다시 일어나다오, 뿌리 깊은 눈썹의
어지러운 꿈을 버리고, 폭설에
덮여 오, 전신을 하얗게 지우며 사라지는 길 위로
돌아와다오, 밤눈 내리는 세상은
너무나도 오래 되어서 무너질 것 같다
우리가 어둠 속에 집을 세우고
심장으로 그 집을 밝힌다 해도
무섭게 우는 피는 달랠 수 없다.
가자 애인이여, 햇빛사냥을
일어나 보이지 않는 덫들을 찢으며
죽음보다 깊은 강을 건너서 가자
모든 싸움의 끝인 벌판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