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네이 글방

3.(2023.12월 다네이 책읽기) 눈물 한방울.이어령

angella의 노래 2023. 11. 22. 13:50

ㅡ얼마 안남은 목숨이란 것을 묵묵히 받아들이기로 했다. 항암치료를 안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타인의 시각으론 이어령 교수만큼 살아 생전 다 누렸을 것 같은 생각이 들지만 ... 본인의 생각은 다를 것이다. 인생의 고초가 있었고 (어쩔수 없이) 받아들이고 초연하게 바라볼 수 있는 역량이 있더래도 죽음이 눈앞에서 아른 거릴 때의 심정이 고스란히 보였다. 똑같다. 누구나...

(58)
...
이 낙서장을 죽기전에 찢어 없애야 하는데
그럴 만한 힘도 없다.
.....
죽음은 폭발하지 않는다.야금야금 다가와 조금씩 시들게 한다.
황제의 죽음이라도 마찬가지다
화려했던 꽃잎이 시들어 떨어지는 것처럼 천천히 소리조차 없다. 가슴도 온몸도 침몰한다. 심연속으로.

죽음이 마지막인데도 그것을 나타내는 말은 겨우 시드는 것. 가라 앉는 것.....아무리 찾아봐도 극적인 말이 없다.

ㅡ죽음을 간접으로나마 맛보기 한다. 하지만 생과 죽음의 차이는 종이 한장 같아도 넓고 깊고 긴 강이 사이에 있다. 이 책을 읽어 나가면서 공감이 되는 까닭은 무얼까? 수많은 가까운 이들의 죽음을 가까이에서 보았고 이제 서서히 나의 차례가 가까진다는 것. 어느 순간부터 삶의 남은 나이로 거꾸로 세어가고 있었다. 내가 80살 까지는 살겠지. 라는 희망의 숫자에 지금 내 나이를 뺀다. 그렇게 셈 하다가도 몸이 무척 괴롭고 아픈 날엔 이 조차 의미가 없다. 당장 죽어도 편할 것 같으니까. 하지만 몸이 가볍고 상쾌하면 더 살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이 숫자도 의미가 없다. 죽음의 날은 누구도 모르기에.

(59)
.......
시간이 되었나 보다
그게 아무도 살지않은 사막이라면
죽을 (사)자 사막이라면
백골로 남아 기둥처럼 선인장처럼 서 있으면 된다.
언젠가는 낙타가 지나가며 울어주겠지.

(60)......
(62)
바람 한 점 없는 날에도
깃털은 흔들린다
날고 싶어서

바람 한 점 없는 날에도
공기돌은 흔들린다
구르고 싶어서

바람 한 점 없는 날에도
내 마음은 흔들린다
살고 싶어서.

ㅡ이어령 교수는 죽음조차도 시 같다. 솔직한 마음이 마음을 흔든다.
.... 살고 싶어서.
다 누려 보았고, 살만큼 살았으니... 라는 타인의 생각은 오만일 수 있다. 인간의 원초적인 마음일 것이다.

(63)
수식어를 쓸 수 있다는 것은 덜 절박하다는 것이다.
.....
아직 내 죽음은 차가운 저 창살 너머에 있다
나를 노려 보지만 송곳니를 내보이고 짖으려 하지만 저만큼의 거리가 있다
......
죽음은 길 들일 수 없는 야수

수식어들이 하나 둘 사라지고 하나의 명사 하나의 동사만 남는다. 죽음. 그리고 죽다.

ㅡ애잖다. 더 좋은 저곳이 있다고 해도 우린 습관되어 진대로 살기를 원한다.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이곳에서 저곳으로의 변화는 변화중에 너무나 큰 변화다.

(64)
움직이기 싫어서 누워 있는 채,코푼 휴지를
휴지통을 향해 던졌다. 정통으로 들어 간다
.......
즐거워 하는 애들처럼 기뻐하는 내 모습이 너무 애처로워 금시 웃음이 사라진다
....
아주 사소한 것들에 행복해 하는 사람들에게
그 재앙은 너무 큽니다. 큰 욕심, 엄청난 것 탐하지 않고 그저 새벽 바람에도 심호흡하고 감사해 하는 저 많은 사람들, 그들의 눈물을 닦아 주세요. 거기에 제 눈물도요. 그들은 눈물이라도 솔직히 흘릴 줄 알지만, 저는 눈물이 부끄러워 울지도 못해요.

ㅡ솔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