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롭게
‘어젯밤에는 한강길을 걸으며 야경에 빠졌었지. 서울의 속내속으로 들어가 가을밤 풍경에 매료가 되었잖아. 일어나니 개운해 몸이. 좀 일어나기 힘듬은 있지만 아침시간을 꼼지락거리다가 점심 먹을 장소를 선택하라 했더니~ 보리밥집 이래. 밥맛이 없던가, 어릴적에 먹던 식습관이 그리웠는지.... 오늘은 기분을 좀 맞추어 주기로. 좀 울적하대. 그런 성격이 아닌데... 내가 옳다고 여겨 옳은 말이나 속마음을 말하고 나면 오는 허전함이 몰려 왔는지... 위로 격려!’
헤이리로 방향을 정했지. 보리밥 집은 아니더래도 시골밥상의 차림이 맘에 들게 정결하고 깔끔해서 맘에 든다. 집에서 잘차린 한식상의 느낌.. 조금 변두리만 나와도 숨통이 뚫려. 간장게장에 숯불제육구이, 된장찌게, 그리고 온갖 밑반찬들이 정성들여 나와 잘먹었다. 내가 이런 식단을 차려본지는 언제였지? 동주 사위 첫 만남때 집으로 초대하여 최고의 상을 차려 준 기억, 그리고 은진이 땐 양식 차림으로... 그리고 멈춤....그때만해도 의욕도 기력도 있었네.
식사를 마치고 들풀 길이 무성해진 헤이리 마을에 들어섰다. 나무를 잘 가꾸진 않았지만 워낙 건물 하나하나의 개성이 어우러져 운치가 있는 동네다. 다만 예술인 마을 느낌이 사라지는 아쉬움은 이런 마을이 상업적인 싸구려 제품들을 판다. 세일에.... 경기가 어려운거라는데.
우린 초창기에 잘 지어진 한길사 책 북카페로 들어 왔다. 널찍한 긴 장탁자가 듬성듬성이 있고 사람들도 1-2명, 재즈음악이 흐르니 고요히 느껴진다. 간혹 원두커피를 가는 소리와 향이 음악과 흐른다. 창밖이 보이는 한자리에 앉아 밖의 풍경을 본다. 드립차와 말차를 시킨 우리... 잠시 여유롭게 글을 쓰다보니 앞자리에서 꾸벅꾸벅 조는 R.. ㅋ 어쩔 수 없어. 즐길줄을 모른다니까. 여유가 없이 산 시간들이 좀 측은하다. 지켜주려해도 즐기게 해주려해도 앉으면 졸음이 온다니. 이 자리에 밖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람에 낙엽이 반짝이며 살랑인다. 가을이 깊어져 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