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디까지 써야할까?
‘자신의 사생활을 노출하지 말라.’ 고 플라톤이 말했다. 에세이를 써 나가면서 분별도 잘해야한다는 한계도 알게 됬다. 다만 어디까지 일까? 그 선을 잘모르겠다. 에세이를 쓰다가 보면 나의 사생활속의 에피소드 뿐만 아니라 타인과 있었던 이야기를 쓰게 된다. 그때에 불편한 감정이나 타인의 말과 행동은 어떻게 써야 할까?
며칠전의 일이다. 젊은 작가의 에세이 집을 읽게 됬다. 그 작가는 알음알음 알게 된 작가인데 걱정거리를 들었다. 에세이를 내고 얼마 안있어서 책속에 나온 한 사람으로 부터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내용은 책 모두를 회수해서 자신의 이야기만 빼라고 했단다. 책속엔 별 말도 없었거니와 영향이나 비중도 크지 않아서 아무도 모른다고 하니까... “내가 알잖아요.” 라면서 적당히 넘어 갈 문제가 아니라고 무척 걱정을 하고 대책도 상의했다고 한다. 만약에 내가 에세이집이라도 내게 된다면 나에게도 닥칠 수 있는 문제일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에세이는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듣고 본 것, 체험한 것, 느낀 것 따위를 생각나는 대로 쓰는 산문 형식의 짤막한 글’ 그 이상의 주석은 없다. 나만의 이야기를 쓴다고 해도 누군가와 함께 이야기며 체험을 나눈 대상이 분명하게 있을 것이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에세이가 나올 수 밖에 없는데... 그 정도의 이해심도 없는 각박함이 무척 아쉽다.
에세이를 쓰기 시작하면서 어려움이 많았다. 일기처럼 쓰던 나중심의 글이 타인이 본다는 전제가 바뀌는 상황이니 나의 이야기를 누군가는 읽고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작은 에피소드를 1-2개 정도 그날의 주제와 어울리만한 것을 가미해서 글이 맛갈나게 쓴다면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흥미유발을 가져다 줄 수가 있다. 그래서 일까? 작은 사건하나에도 관찰하고 기록해 두는 습관이 생겼다. 특히 매일이 달라지는 세돌이 지난 손자 이안을 보면서 말과 행동이 성장하고 생각도 하는 모습에 에피소드의 소재가 무궁해졌다. 요즘은 나의 경험이 많아야 글쓸 거리도 생겨서 대충 넘어가지 않고 경험하려는 의지도 있다. 듣고 쓰는 간접경험보다도 직접 경험한 글이 더 생생하고 진실한 글이 된다는 생각이다. 중고물품을 파는 벼룩시장이 성행하여 당근마켓도 해보고, 복권을 사보고 느낀 감상 같은 것으로 글쓰기 연습을 위한 글거리를 찾아보는 경험들도 해보았다.
내가 경험한 바로는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글쓰기가 잘되어서 종종하는 편인데 잘 써지지 않을 때에는 흐르는 시간이나 공간도 느껴보고 사람들을 관찰도 해보고 풍경도 보면서 새로운 장소에 가다보면 아이디어가 함께 올라 온다.
에세이가 주는 감동이 있다. 수많은 에세이가 쓰여지고 에세이 집이 매일 매일 출간 된다. 에세이를 읽으면서 짧은 글 하나에서 오는 감동이 장편소설 한권에서 못 느끼던 새로움을 발견할 때가 있었다. 반짝이는 재치나 센스가 보이고 교훈 한마디가 떨림도 준다. 그만큼 실제 경험에서 오는 깊이가 있다. 상상을 아주 잘할 수 있어도 경험이나 들은 무언가에서 덧대어서 창작도 나오는 것이리라.